목록

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처음엔 이름도 없이 시작하는 한 소년이 광주 그날 그 자리에 있다. 죽은 시체를 정리하고 연고자가 찾아 오면 시체를 보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소설은 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하나하나 세밀화를 그리듯 묘사해나가고 에필로그에서 마침내 그 소년이 작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알려진다.

그래서 광주, 그 날, 그 자리애 있었던 소년은 죽었지만 작가의 소설 속에서 그 소년이 우리에개로 온다. 그 날이 우리에게 오고 그날 그 곳애 있었던 사람들의 삶이 우리에게 온다.
두꺼운 운무를 뚫고 철갑을 두르고 저벅저벅 걸어 나오는 것 같이,
검은 휘장을 찟으며 눈을 부릅뜨고 결코 묻할 수 없고 대한민국의 역사 안에, 사람들 기억속에 뚜렷이  자리잡고 있어야한다고 외치는 것 같이.

작가는 대단치 않지만 따뜻하게 살아가려 애쓰는 그들의 모습들을 한없이 섬세하고 따뜻하게 담아낸다. 그 섬세한 필치로  그들이 갑자기 사고처럼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당하게 되는 모욕, 처참함을  또한 그려낸다.
그래서 참 읽기 힘든 소설임에도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뭔가에 홀리듯 시간 가는 즐 모르고 읽게 되는데, 세밀화같은 작가의 필력과 소설의 짜임새가 그 무게를 다 담아낸다. 허투르 쓰지 않았고 목숨 걸고 정성을  다해 쓴 거 같은 느낌.

기록하고 싶은 표현은,
P 114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이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즉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이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그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도청 앞 스피커에서 연주곡으로 흘러나온 애국가이 맞춰 군인들이 발포한 건 오후 한시 경이었습니다. 시워 대열 중간에 서있던 나는 달아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이 산산조각나 흩어졌습니다.

중략

내가 함께 올라탄 트럭이 시내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습니다. ----------
그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가전에서 희생되었는지 난 알지 못합니다. 기억하는 건 다음 날 아침 헌혈하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줄을 서있던 병원들의 입구, 피 믇은 흰 가운에 들것을 들고 폐허같은 거리를 빠르기 걷던 의사와 간호사들, 내가 탄 트럭 위로 김에 싼 주먹밥과 물과 딸기를  올려주던 여자들, 함께 목청깟 부르던 애국가와 아리랑뿐입니다.모든 사람이 기적처람 자신의 껍데기 밖으로 걸어나와 연한 맨실을 맞댄 것 같던 그 순간 사이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이, 부서져 피 흘렸던 그 심장이 다시 온전해져 맥박 치는 갈 느꼈습니다. 나를 사로잡은 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선생은 압니끼.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환희를.


작별하지 않는다에서와 같이 순교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처음 소설의 이야기에서 어떤 소년은  ' 너' 였는데 나중에 ' 나' 가 나오는데 그것은 소년에게서 빠져나온 혼 이었다. 
작가는 혼, 육체의 죽음으로 멸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양심, 위대한 정신. 
그것이 아니면 무고한 자들의 죽음과 삶의 무력함과 패배감으로 우리도 같이 쓰러져버릴 거 같다.
잠시 깨지더라도 다시 붙어 홯활 타오르는 그 양심의 심장이 역사를 이끄는 동럭이요 수레바퀴임을 믿지 않고서는 이들이 놓친 평범한 삶, 한 소년이 자라나 청년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그런 것들이 너무나  애닯다. 정의가 없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고전) 13장 6절.말씀이 떠오르고.
죽음이 끝이 아닌 것, 살아도 양심없이 사는 것은.이미 즉은 것임을 생각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