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를 재밌게 읽었기에 김영하 작가의 신작 에세이를 한국의 서점에서 골라 잡았다.
알쓸신잡에서 그의 해박한 다방면의 지식은 유시민 작가조차도 경이롭게 한 지라 김영하 라는 사람을 좀 더 잘 알게 되고 만나게 될거 같아 골라잡은 책.
자전적인 에세이집인데 전체적인 느낌은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자전적 글이다보니 자신이 있게한 아버지 어머니를 회상함으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김영하 작가가 나보다 다섯살 아래이다 보니 비슷한 듯하면서도 좀 다른 세대를 산 듯한데 엄마 아버지에 대한 회상은, 글쎄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의 사유의 한계같은 것이 좀 느꺄졌달까, 좀 그랬다. 아버지가 되어서 아버지를 보면 더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부재한 느낌.
아내와의 만남이나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었는데 자신의 삶의 궤적에서 어찌하여 오늘날의 작가로서의 삶이 탄생했을까에 대해 의문하며 풀어가는 그 과정에 아내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나 싶기도 하다.
김영하 작가가 박학다식한 이유를 알거 같았는데 굉장히 호기심이 많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것들 끊임없이 이것저것 해보는 스타일이었다. 하루는 그날 한 일을 쭉 적어보았는데 30가지 정도의 일을 했더란다. 책읽고 글 쓰고 커피 내리고 요리하고 산책하고 뭐 이런식으로 30가지를 했다는 거. 나도 함 써보았는데 아무리 바쁘게 산 거 같은 날도 10가지를 조금 넘을 뿐. 30가지는 대단한 숫자다. 책도 여러권을 동시에 읽는다고. 초등학교 때도 질문이 많았던 학생으로 선생님이 기억하고. 그런데 그렇다고 이것 저것 하다 마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시작한 것은 띄엄띄엄이라도 꾸준히 10년 이상 해나간다고. 그러면 어느 정도 잘하게 된다고. ( 내가 하다 만 온갖 것들이 떠오른다. 이 끈기 대단하다. 하나를 파고드는 집중력과는 또 다른 건데 꾸준함이 참 중요하구나. 나를 돌아보니 좋아하지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30년 이상 꾸준히 해온 것은 요리. 내가 할 줄 아는 게 집밥 해주는 거 밖에 없네 했었는데 결국 오래 꾸준히 한 것이 나의 것이 되는구나. 난 지금 어린 시절 내가 젤 오래해왔던 것, 독서를 다시 땡기고 있다. 앞으로 10년 하면 뭔가 내 것이 만들어질까? 성경통독, 블로그 ,10년이상 한 듯.)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를 마치기까지 6번을 이사를 다닌데다가 생일이 늦는데 1년 일찍 학교에 들어갔었기에 친구 사귀귀가 순조롭지않은 유년시절을 보냈고 혼자 있는 시간에 책을 읽고 상상을 즐겨하고 이야기를 만들기를 좋아했다고. 소설을 쓰기시작한 것은 중2떄부터였다고.
경제학 대학원까지 갔다가 중퇴했으니 또 ROTC를 하다가 종료 한달을 앞두고 관두기도 했으니, 그 시대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바람, 안정된 돈벌이가 보장된 직업이라는 우상에 맞춰 삶을 살아보려다가 급기야는 집어던지는 일을 했던 듯하다.
글에서 그 시대의 시골 살다가 상경한 청년들이 가졌던 서울 문명과 교양있는 듯한 문화생활에 대한 기죽음을 표현했던데 비슷한 시대 사람으로 공감이 가기도 했지만 작가라면 청년 시절부터 좀더 깊은 성찰과 인생에 대한 고뇌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했다. 유능한 사람, 교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니 미래 유명 작가의 꿈으로서는 넘 평범한 보통의 대학생 같다는 느낌. 작가는 모름지기 젊은 시절에도 고뇌하고 인생의 무게를 풀어나가며 해답을 찾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꼭 무거워야하는 것은 아니구나
몇가지 흥미로운 것들이 조각조각 기억에 남는데, 사람은 변한다고 얘기한다. 작가는 라면 박스를 쟁여놓고 먹었었는데 이젠 제법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고, 담배를 중독이다시피 피워댔는데 이젠 절대 안 피운단다. 또 술도 제법 마셨는데 이젠 비행기 타면 공짜로 주는 술도 거절한다고. 요가를 배우기 시작하여 이젠 머리를 대고 물구나무서기도 제법한다고. 참 놀라운 변화들인데 끊임없이 성찰하고 배우고 변화하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이루어가고 바뀌어간 거 같다.
한 때 작가는 영화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때 읽은 책에서 잘 쓴 시나리오는 등장인물이 결말에서 시작과 달라져야하고 '도발적 사건'을 통한 '의미있는 변화'가 있어야하는 데 그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려내야한다'고 했단다. 우린 그런 영화를 보며 감동하는데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거 같다고.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인간은 잘 안 변한다로 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특히 성격적인 부분에서 MBTI 같은거 잘 안 바뀐다고 생각했는데, 긴 인생의 경로를 놓고 보면 10년 20년의 세월이 쌓이다보면 바뀔 수 있고, 바뀐다는 것을 믿고 사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되더라. 하나님 믿고 바뀌었다는 고백은 하면서도 안 바뀌는 면에 또 무게를 두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반성.
또 인상 깊었던 것은 "조용한 절망' 에 갖혀살지 않았다고 마지막 부분에서 엄마, 아버지, 외숙모의 삶을 평가내린 것. 그렇다고 그들이 대단한 혁명가들은 아니었고, 그럴 평가를 할만치 남다르지도 않았던 듯하다. 아버지는 국졸 이후 취업하였는데 고객이었던 여군들의 귀염을 받으며 그들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직업군인이 되었고 퇴직 후 에는 양봉과 농업에 재미를 붙여 제법 생활을 감당해 나갔고.
결혼 전 여군이었던, 그 시절 흔치 않았던 직업을 가졌던 도시녀 엄마는 결혼 후 군인이었던 남편을 따라 시골에 살떄도 기회가 되면 어린 작가를 데리고 서울로 와서는 명동을 누비고 다녔고 뙤직 후의 시골 생활에서 아빠를 끌어올려 은행 예비군 대대장으로 취직시켰다고. 그러나 사교성이 부족했던 아버지는 잘 적응하지 못하고 술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고.
작가의 엄마와 아버지는 각자 '조용한 절망'에 갖히지 않으려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 듯하다. (이부분에서 드는 생각은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 남을 볼 줄 알고 조화를 이루어낼 줄 아는 것이 참 부부의 모습인데 이 부분이 정말 어렵다는 것과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보며 자기 중심적인 부분을 성찰하지 않으면 이 조화를 이루어내기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진심 들었다)
외숙모는 특별하셨다. 여자는 고둥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아버지에 반발하여 충주에서 평양까지 공부하겠다고 홀로 왔다가 아버지에게 잡혀 다시 돌아가서는 이번에는 수녀가 되겠다고 하다가 신학생이던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살았다고 한다. 100세가 넘어까지 아파트 노인회장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70대 어린 노인회원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지는 않겠다며 반란을 제압을 하고 나서 스스로 사퇴하셨다는 외숙모.
대단하던 그렇지 않던, 나름 주어진 삶에서 최선의 선택들을 하며 살았던 가족들의 삶이라고 작가는 평가하는 듯하다.
작가는 이책에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을 부쳤다가 제목을 바꾸었다고 한다. 작가의 삶도 조용한 절망 속에 불안감에 시달리며 심한 우울증 증상을 보인 시절도 있었으나 작가가 되었고, 이런 저런 새로운 시도를 하며, 그림도 그리고 요가도 하고 방송 출연도 하고 여행도 하며, 또 세계 여기 저기에서 살아보며 단 한번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삶에 무슨 매뉴얼이 있을까?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사용법이? 나의 조용한 절망은 무엇이었으며 지금 어찌 돌파구를 마련하며 가고 있는가? 이런질문을 나에게 던지며 이책을 마쳤다.
아 그리고 작가는 엄마가 처녀시절 여군이었다는 사실을 엄마의 장례식에서나 알게 되고, 외숙모의 스토리도 장례식에서 알게 되면서 우리가 타인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 뿌연 안개속에서 형체를 잡아가는 듯하다고 했는데. 그 부분은 나의 삶을 반추해도 그런 듯하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내게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지고 나의 부모의 삶에 대한 이해의 깊이도 바뀌므로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10년 후에는 분명 나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더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 분명하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은,
트레이드밀이 죄수들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저절로 돌아가는 기꼐 안에서 돌려야하나 뭔가 이뤄지는 것은 없는 헛수고를 몇시간씩 하게 하면서 체벌하는 목적으로 고안된 기꼐였다는 것. 그러다가 아마도 곡식울 빻게 했을 거라고. 그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긴 했었는데 그런거 구나 했다.
또 필라테스는 포로수용소의 좁은 공간에서 몸의 근육을 키우고 건강을 유지하는 법을 가르쳤던 라스트 네임이 필라테스인 사람에게서 유래한 운동이라고 한다.
또 운동 강사, 전문가들은 고객이 그 전날 튀김을 먹었다는 걸 걸음걸이만 보고도 안다고. 튀김은 관절 염증을 일으키므로 걷는 동작이 바뀐다는 것. 튀김 정말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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