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30일 화요일

진정한 학자의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 책은 상도 많이 받아서 화제가 된데다가 폐친들도 다들 상받기에 넘 합당한 책이라고들 하길래 궁금하여 정말 몇십년만에 인터넷 오더해서 한글책을 샀네요.

저자는 보건학 학자인데 보통 남들보다 많이 아는 사람들의 글에서 배어나오는 잘난척, 내가 이거 좀 알고 전문가거든, 하는 거들먹 거림이 전혀 안 느껴졌어요.
그런데 글 말미에서 이분이 학자가 된 이유를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단순히 지적 호기심에 이끌려,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잘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원리를 알기 위하여 학자가 된것이 아니더라구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은데 본인에게 젤로 잘 맞는 잡을 찾은 것이 학자의 길이었더라구요. 의대 졸업하고는 의사가 된 것이 아니라 보건학의 길을 가면서 사회구조 속에서 소외되어 병들어 가는 아픈 사람들에 대해 연구했더라구요.
목표 의식이 처음부터 다르니 글에 그 사랑과 겸손이 배어나오더라구요.

글 중에 담배 회사와 돈 거래를 하고 담배가 심장병의 원인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심장병의 원인이라는 연구를 했고  담배회사는 법정싸움이 있을 때면 그 연구를 인용을 했던, 노벨상 후보에 열번이나 올랐다는 학자 얘기가 나오는데 정말 학자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싶었어요.
죽고 나서나 세상에 알려졌다고 하니 영원이 비밀거래 속에 숨겨질 줄 알았나봐요.

또 김종필 국무청리 시절에 일본과 전쟁에 대한 보상으로 얼마 안되는 돈을 받고 그 액수 비슷한 돈을 주고 레이온 섬유 기계를 사오는 얘기가 나와요. 이 기계가 가동 되면서 병걸리고 죽는 노동자들이 나오자 소송이 걸리고 법의 규제가 생기자 더이상 일본에서는 가동할 수 없게 되자 폐기 처분해야하는 것을 떠 넘긴거. 그런데 우리나라는 법규제가 없었기에 버젓이 몇십년간가동이 되다가 일본에서처럼 노동자들이 병들고 죽고 소송이 걸리는 등 문제가 생기자 다시 이 기계는 인도네시아로 팔려 간데요. 지금은 그 기계가 북한에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네요.




위의 예처럼 돈이 중심인 세상에서 약자들이 어찌 고통 받고 있는지를 병의 분석과 리포트를 통하여 생생하게 전해주는 책이고 그 고통은 개인이 풀어나가야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한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예요.

크게 사회적 이유가 되었던 쌍용 자동차, 세월호등의 깊은 고민들을 볼 수 있었고...  성적 소수자들도 사회에서 집단적으로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병에 걸리는 비율이 높고 비정규 노동자들도 잡의 불안정성 그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가 병으로 이어진다구요. 또 사회구조로 병에 노출되는 것이 남 얘기만도 아닌게 우리 같은 이민자가 사회에 적응하려고 애쓰며 살다보면 병에 걸리는 비율도 훨씬 높다고...초기 이민 시절 일본 이민자가 하와이나 본토 미국땅에서 병 걸리는게 일본 땅보다 3-5배 높았다고 하네요.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로세토라는 이탈리아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가 비만, 기름진 음식등의 악요소에도 불구하고 장수하고 건강한데 그 이유를 서로 책임져주는 탄탄한 인간 관계라는 것을 보여 주면서 건강한 사회, 수준 높은 사회로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네요.( 이 연구에 대한 얘기는 다른책, 뛰어난 사람들: Outliers by Malcolm Gladw 에서도 읽은 적이 있어요. 이 블로그의 책이야기 중에 있어요.)
그런데 한 신부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몇십년간 함께 하는 공동체를 이루었던 그 로젯이라는 도시도 지금은 그 공동체가 무너졌고 온갖 건강 지표도 옆 도시와 다를바 없어 졌다고 해요.

정리해고와 같은 상실 속으로 개개인이 내몰렸을 때 온전히 개인에게만 상황을 넘기지 말고 국가가 제도적으로 어느 정도 보호해주고 다음 직업을 찾기 위한 가이드등의 프로그램으로 함께 해주면 개인이 온전히 감당하며 그 스트레스로 병들어 가는 것을 어느정도는 막을 수 있다고해요

이 책을 읽으며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이 열려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요. 저자는 운동권이 되어 화염병을 던져야했던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대학 생활을 했고 저자 스스로 정치 운동가가 되기엔 스스로의 자질이 맞지가 않아 이렇게 학자로서의 길을 걸으며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고 해요. 
이 분은 그 흔한 돈 잘버는 의사가 되는 대신 국민 전체의 건강, 특히나 소외된 사람들의 건강의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연구하면서 책을 통하여 성숙한 사회로의 커다란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고 어제는 한 검사가 본인이 8년전에 당한 성추행을 당당히 고발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 또한 참 용기있게 이 사회를  바꾸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사회를 고쳐나가려는 몸짓으로 보여졌어요. 이런 개개인의 움직임들이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초석이 되겠지요.

저자는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보자고 독자들에게 도전을 하며 글을 맺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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