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8일 수요일

책 읽기 : 리디북스 : 위화의 ' 원청 '

8년만의 침묵을 깨고 작년에 탄생한 위화의 작품.
박경리의 토지 같은 대하 소설이 될 수도 있는 줄거리 라인인데 이야기 하듯 써내려가는 위화의 글쓰기 스타일로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진 느낌이다. 
위화는 디테일한 배경 묘사나 인물의 섬세한 감정묘사등을 세세히 하며 하루에 일어난 일로도 소설 한권을 만드는 작가들과는 다른것 같다. 
23년을 자료를 수집하여 모으고 만든 소설이라는데 한권에 집약했다.
전작, 인생, 허삼관 매혈기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큰 소설.  
시대 배경은 가장 혹독한 시절이 아니겠나 싶다. 신해혁명시기. 청나라가 멸망하고 중화민국이 설립되던, 그 과도기의 무정부 상태에서 토비가 날뛰고 양쪽 군인들이 민간인들을 괴롭히던 그 시기를 살아낸 인물들의 이야기.
책 전체에서 수도 없이 잔인하게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이 죽는다. 굶어 죽기도 하고 세숫대야만한  우박에 맞아 죽기도 하고 얼어 죽기도 하고 토비에게 죽기도 하고 군인들에 죽기도 한다. 쉽게 비겁해질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신의를 지키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지켜내며 존엄성을 버리지 않다가 결국은. …..죽는 사람들의 얘기.

북쪽에 살던 린샹푸는 자신의 딸을 낳은 후 자취를 감춘 샤오메이라는 여자를 찾아 남쪽으로 가게 된다. 젖동냥으로 딸을 먹이며 남쪽의 도시, 원청을 향해 가는데 원청을 찾지 못하고 결국 시진이라는 도시가 가장 근접한 샤오메이의 고향이라 생각하고 그곳에 정착하는데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삶은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한다.
우리는 원청을 꿈꾸지만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것은 시진.
그러나 그곳에서 린샹푸는 자기 딸을 친딸처럼 보살펴주는 천융량가족과 깊은 우정을 쌓고 목공 기술로 성실하게 일해 부를 이루고 상공회장인 존경 받는 어른, 구이민의 가문과 사돈을 맺기로 기약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여러 일이 일어나는데 가장 이들의 삶을 흔드는 일은 토비 장도끼의 잔인함이다.
장도끼는 사람 죽이는 걸 아무 죄의식 없이 할 뿐 아니라 죽이는 방법도 잔인한데 항문을 찔러 대장을 뽑아서는 나뭇가지에 걸어서 죽이는 장면에서는 사람이 어찌 이럴 수가 있나싶고 아연실색하게 되었다.
그런 장도끼에게 인질로 잡혀가 귀가 짤린 마을 사람들을 구하면서 린샹푸와 천용량은 서로를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우정과 용기를 보이고 구이민은 자체 방위대를 조직하는 등 토비에 대처하면서 자신의 지혜와 부를 마을의 보호를 위해 쓸 줄 아는 어른다운 면모릉 보인다.  그러나 결국 구이민조차 인질이 되고 그를 구조하려다가 린샹푸는 죽게 된다.  
이 세사람은 보통 사람이지만 영웅적인 의리와 우정과 용기를 보이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지키고 가족 이상으로 서로를 살핀다.
이 시점이 내게는 작가의 사랑의 시선이 넓어지는 부분으로 다가왔다.
'인생'의 가족 사랑과 '허삼관'의 사실은 남인 큰아들 사랑에서 더 확장돠고 넓어진 사랑. 이웃 사랑과 공동체 사랑의 삶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장도끼의 악에서 온전히 서로를 지켜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 세명의 남자는 시진이라는 도시 공동체가 장도끼에게 유린당하는 것만은 막아내고 정의의 승리를 이끌어낸다. 
이 즈음에서 주인공의 죽음으로 나는 사실 맨붕이 왔다. 소설이  다 안 끝났는데 주인공이 죽다니.
 그런데 그 다음은 2부로써 샤오메이의 삶이 이어진다. 샤오메이도 기구한 운명 속에서 신의와 사랑을 지켜낸 여인이었다.
두 남자를 사랑하게 된 그녀의 사연.
샤오메이는 민며느리로 시진의 바느질가게에 시집갔다가 수년을 살고 쫒겨나게 된다.  남편 아청은 샤오메이를 사랑하여 부모의 뜻을 거르고 샤오메이를 찾아오고 둘은 시진을 벗어나 도망하여 살고자한다. 그러나 철이 없는 아청은 훔쳐온 돈을 다 써버리도록 살아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흘러 흘러 린샹푸네 집에 머무르게 되자 샤오메이를 남기고 혼자 가서 살 방도를 마련하여 돌아오겠다 한다.
린상퓨는 아청과 샤오메이가 남매인 즐 알았기에 샤오메이와 결혼을 하게 되고. 나름 행복한 날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아청의 소식을 듣게된 샤오메이는 린샹푸와의 평온한 삶을 떠나 아청과의 약속과 신의를 지켜 함께 시진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녀는 린샹푸의 자식을 갖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자 린샹푸에게로 돌아가 딸을 낳아주고는 딸의 배넷머리와  는썹을 붉은 천에 고이 간직한 채 시진으로 돌아온다.
아청과 샤오메이 부부는 바느질 가게를 운엉하지만  끼니를 연명하기 어려운 시대 상황으로 힘들게 지내고 어럽게 살아가는 와중에 린상푸가 딸과 함께  자신을 찾아 시진에 나타난 소식을 듣게 된다. 계속되는 폭설로 왕래가 두절된 상황 속에서 딸을 키우지 못하는 애절한 마음으로 샤오메이는 기우제에 참석하여 기도를 드리게 되고.
야외에서 눈을 맞으며 가도를 드리던 셔오메이를 비롯란 수십명이 급격한 기온 하강으로  얼러붙어 동사하게 된다.
얼어붙은 그녀의 품속에서는 딸의 배넷머리와 눈썹을 고이 간직한 붉은 천이 나온다.
기도하다가 동사라니.
중국이라는 나라의 엄청난 대륙성 기후의 요란스러움이 놀랍고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권유를 뒤로 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죽는 줄도 모르고 기도하던 샤오메이의 애절함이 사무친다.
우찌 이런 시대가 다 있을까.
코로나 시대를 지나왔지만 이 시대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의 시대였던 듯하다.
그 시대를 묵묵히 살아내며 지켜야할 것을 용감하게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이 사람들 마음 속에 있던 꿈의 도시 원청
그들은 그 도시를 향해 용감하고 힘찬 발걸음을 옮길 줄 알았다. 
그들의 사랑의 깊이와 넓이.
이웃과 공동체로까지 넓어진 사랑의 용기에 고개 숙여진다.

PS)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상하이에서 파견 근무하며  코비드를 겪은 사람이 옆자리에 앉아 그 이야기를 들었다. 경고 없이 바로 봉쇄하고 코비드때문이 아니라 굶주림, 지병으로 죽어 나갔다고 한다. 매일 코비드 검사가  의무여서 서방 세계가 난리 일때는 일상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걸리면 그 일대 봉쇄라 관리가 되었다고.
그러다 학생들이 반발하자 일시에 풀었고 3주 만에 급속도로 퍼져나가 해열제 부족으로 약도 못 먹고 생으로 앓는 사람이 많았다고.,  이 분은 미국 떠날때 갖고 간 코스코 타이레놀 큰 병으로 살아났다고한다. 물 백신이라 몇달간 고생했고.  
관료들의 행태는 원청의 그 시대랑 다를바 없고 더 심해진 듯하다.
린샹푸, 천융량, 구이민이 보여준 사랑의 정신은, 유학의 학문의 정신은 다 어디로 간건지.
중귝을 위해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 4개:

  1. 실지로 있었던 사건일듯한데
    참 인생이 그렇구나.
    지금삶이 복잡하다해도
    훨씬 단순한듯하다.
    인권.나의 존엄성을 국가보다는 내가 지키고 사니까..
    소설가의 힘을 다시 느끼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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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정부 상태는 정말 무섭구나 싶었어요. 우리나라는 기후로는 정말 축복 받은 금수강산인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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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용기와 헌신 인간의황폐함 모든게
    함축된 그시대의 중국을 느끼게되네
    나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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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강추 예요. 손을 떼지 않고 쭉 읽게 되어요. 너무 스포를 많이 뿌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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