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적응도 안된 몽롱한 상태에서 읽은 이 소설, 앵무새 구하기로 시작된 이 소설의 마지막이 앵무새의 죽음인 것을 보며 연약한 것을 사랑하는 여리디 여린 감성의 두 여인의 좌절과 절망의 노래 같아 한없이 다운되는 느낌이라 힘들었었다.
앵무새로 시작해서 제주 4.3 사건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힘든 역사를 마주함이 쉽지 않아서 어렵게 구해온 한강의 다른 소설들을 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삶의 얼룩진 모습들, 절망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잘린 손가락을 이어 놓고 그 신경줄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하여 3분에 한번씩 신경을 찔러야하는 친구, 그 모습은 그렇게 고통을 감수하며 시대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며, 힘없이 억사 속에 쓰러저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이런 것들을 고통 가운데 외면하지 읺고 그 시선을 견지하는 사람들의 모습 같았다. 작가들, 영화감독, 예술가들의 삶의 고통이 너무나 느껴졌다.
힘들었던 일들, 무김각하게 대충 잊으며 살아가는 나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이 책의 작별하지 않는다, 잊지 않는다 라는 제목은 너무나 무겁게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제 책을 읽은지 한달을 넘긴 시점이 되어서야 이 책의 메시지를 좀 더 깊게 보게 돠면서 실패가 아닌 승리의 메시지를 읽게 된다.
작가와 그녀의 친구인 영화감독, 그리고 친구의 어머니. 이들이 붙들었던 것은 생명에 대한 사랑, 작고 힘없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이 생명의 존중, 사랑에 대한 승리가 아닐까.
앵무새가 죽고, 친구가 죽어 실패로 와 닿았었는데, 실패가 아니라 승리로 볼 수 있을거 같다.
그들의 육체는 죽었을지언정 혼으로 표현되는 그 정신, 그들의 사랑은 결코 죽지 않는다. 결코 사랑에 작별을 고하지 않는다. 죽음의 위험 앞에서도 무력화되지 않고 사랑을 지켜간다.
앵무새 쯤은 이 추위와 눈 속에 즉어도 괜찮아. 하는 마음, 공산주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젖먹이 어린아이까지 죽여도 된다는 생각, 힘과 권력, 자본의 논리로 역사는 움직인다고 보는 세상에서 관계맺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의 마음. 그 마음의 연대를 귀히 여기는 사람들의.외침을 본다.
한없이 위협이 되었던 눈이 너무나 아름답게도 묘사되고 물의 순환속에 시대를 초월하여 세상에 개입하는 것을 보면서 블가항력적인 자연과 역사의 소용돌이가 눈으로 묘사되는구나 싶었다. 인간이 피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삶의 무게.
그 속애서 우리가 붙들어야하는 건 여전히 사랑이고 그 사랑은 죽음으로도 가를 수 없는, 오히려 죽음 이 후까지 가져가야할 우리 삶의 의미이자 전부이다.
순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순교는 죽음에도 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작별하지 않는 것.
눈보라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앵무새 살리기.
앵무새는 살릴 수 없었지만 사랑의 정신은 즉지 않았고 그 정신에 작별을 고하지 않음으로 이들의 혼은 살았고 서로 만난다.
이 여인들과 연대하여 마음에 새겨본다.
사랑과의 작별은 허용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않겠다.
특히 부당하게, 정의롭지 않게 요구되는 사랑과의 작별은 결코 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