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8일 수요일

투데이 시리즈, On Kawara

이 작품은 보는 순간 옷가게 갭의 박스가 생각났다. 작품의 사이즈와 글씨체 색감등이 갭에서 옷을 사면 담아주는 상자와 매우 비슷해서 관심을 끌었다.
상업용품 디자인이 미술품 아이디어를 따오는 일이 흔하기는 하겠지만 정말 이 작품에서 모티브가 되어 갭 상자 디자인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이 작품은 일본인 작가인 온 카와라의 Today 시리즈물 중 일부인데 투데이 시리즈는 1966년 1월 4일부터 시작하여 2013년 1월 12일 거의 죽을 때까지 매일 매일의 날짜를 페인트한 것이다. 그 날 작품이 완성되지 않으면 폐기시켰고 완성품은 그날의 뉴스페이퍼와 함께 보관되었는데 작품 수는 3천개에 이른다고 한다. 




바탕색은 그레이가 가장 많지만 블루, 레드를 사용하기도 했고 날짜는 항상 흰색이었다.날짜를 나타내는 언어는 그날 작가가 머문 곳에 따라 바뀌었다고 한다.작품 사이즈는 8개의 서로 다른 디멘젼을 사용했고 색은 그날 믹스하여 만들었다고한다. 
정해진 틀 안에서의 작은 변화들로 그날에 대하여 나레이션하듯 기록하고 표현한 것인데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에는 5시간~7시간의 시간이 걸렸다고한다.
같은 스타일의 작품을, 매일 그만한 시간을 투자하여 만들어내다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47년동안 삼천개를.....하루에 5시간 이상을 거의 비슷해보이는 작품을 매일 그리다니 이건 정말 이해불가한 삶이다. 편집증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예처럼 도를 닦는 그런 삶인가 싶기도 하고....아무튼 자유로운 예술가의 영혼과는 거리가 먼 삶인거 같다. 예술의 삶이 무한 반복과 성실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고는 있지만 이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작품은 작가의 일기인 셈인데 퍼스널한 일기인지 시대에 대한 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눈에는 무수히 같아보이는 작품들을 보며 이 작가는 그 날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기억하고 스스로 남기고자한 무언가를 이끌어낼수 있다는 말인가? 그럴지라도 관람객이 그걸 공감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한가지 공감하는 것은 대부분의 그의 작품이 그레이 배경색이라 하던데 우리의 오늘은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그런 날들로 채워진다는 것, 어쩌다 블루, 가끔은 레드나 오렌지의 강렬함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블랙에 가까운 그레이의 나날이라는 거다.

나의 오늘은 어떠했나?
나의 투데이 Feb.8.2017를 그리기 위해 바탕색을 고른다면? 역시나 블랙에 가까운 그레이겠지. 왠지 이 작품은 인간의 삶을 참 무의미하게 만드는 듯하다. 박스 안에 갖힌 날짜들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속적이며 제한적인 나날들.....

미니멀리즘, 존 맥크레켄 (John McCracken)

직사각형의 에나멜칠한 듯 반짝반짝 빛나는 나무 판자가 그냥 벽에 기대어 있다.
처음 블루 칼라의 이 작품을 카네기 미술관에서 보았을때는 이건 뭐지? 하는 기분으로 스쳐 지났는데 뉴욕 모마 뮤지엄에서는 비슷한 사이즈의 분홍색을 보았고 구겐하임에서는 하늘색을 본것 같다.
그래서 유명한 사람의 작품인가보다 싶어서 찾아보았더니 60년대말 미국에 풍미했던 미니멀리즘의 대표작가라 한다.
LA에서 활동을 했기에 많은 그의 작품이 LA에 전시되어있다고 한다.
이런 판대기를 9개를 세워 놓은 작품도 있고...
이게 뭘까 했었는데 미니멀리즘 이라는 한마디에 조금은 이 판대기를 작품으로 인식할 수 있을거 같긴하다. 가장 단순한 형태. 단순한 한가지 색.
놀라운 언어의 능력!!




어쨌거나 나는 이 색상이 맘에  든다. 블루인데 이쁜 블루..... 윤기나는 질감도 맘에 들고...fiberglass를 사용했다고...
모마 뮤지엄의 핑크도 맘에 들어서 그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단순함을 대하면 카타르시스가 되는 듯...

미니멀리즘하면 애플과 스티브잡스가 생각이 나는데 스티브잡스도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생활했으니 이 작가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본다. 이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한 두 작품이 아니라 많은 작품을 넓은 전시 공간에 전시한 것을 보니 사진으로 보아도 뭔가 느낌이 있었다. 세련되고 단순함의 미학.

작가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무채색의 옷에 스티브잡스랑 많이 닮았다. 그런데 이 작가는 흰색옷. 스티브잡스는 수백개의 검은색 터들티가 그의 상징. 실지로 스티브잡스가 이 작가를 좋아했는지, 그의 전시장을 자주 들렀는지는 모르겠으나 넘 비슷하다.
역시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야하나보다가 나의 결론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해야 아이디어도 새롭게 나오고.....
상상력으로 결론까지 내는 나.

피츠버그도 이 정도의 문물이나마 경험할 수 있으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