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7일 화요일

늦가을


우리집은 이맘때가 젤 이쁘다. 색깔이 바뀐 뒷숲의 나뭇잎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을 하루종일 지루하지 않게 쳐다보게 되는 때이다.

문득 어느 영화에선가 본 장면이 생각났다. 여주인공은 바닷가의 비치 하우스 맨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파스텔 톤으로 멋진 인테리어가 된 방인데 베이 윈도우의 창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 넓은 책상을 두고 있었다. 그 방이 참 멋졌는데....

나도 나의 작은 책상을 창가로 함 옮겨 보았다. 이 맘때의 뒷마당을 더 많이 바라보기 위하여....




그런데 오늘은 해가 나지 않아 색상이 찬란하지는 않다. 
그래도 좋다. 
나만이 소유하는 보물....
특히나 해가 뜰 무렵과 해가 지는 무렵의 햇살을 받으면 정말 황금색으로 보물스럽게 변하는 풍광이다.

오래된 집을 업데이트도 못한채 살아가지만 이런 사랑스런 구석이 있어서 내 집이 좋다.
날씨 쌀쌀해져 밖에 나가기 싫을 때에 집에 있는게 즐거우니 넘 다행이고 아침에 눈 뜰때부터 그 풍광이 눈앞에 아른거리니 하루가 즐겁다.

일찍 나가 늦게 들어오는 식구들은 잘 누리지 못하는 나만의 호사인데..... 그게 고맙다보니 식구들에게도 집을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할 뭔가를 마련해놓고 식구들을 맞이해보려는 기특한 생각도 하게된다.

쌀쌀한 날씨에 집을 향하는데 집에 꿀단지 같은, 보물 같은 무엔가가 있으면 좋을거 같다.
맛난 저녁일수도 있겠고 정갈하게 정돈된 집일 수도 있겠고...

괜시리 이맘때 늦가을에는 더욱 집이라는 바람막이가 있음이 감사하고 또 함께 할 식구들이 있음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맑은 날 다시 찍었다. 비 온 다음날이라 나뭇잎이 더욱 반짝인다. 해 뜰무렵 햇살은 황금빛....이 풍광이 갑작스레 이리도 좋은게 나이 때문인가도 싶다. 내 나이 늦가을 정도의 나이라 빛을 잃어가는데 그러다가도 저리 찬란할 수 있다는게 좋나 싶기도 하다. 찬기운이 도는 싸하면서도 명징한 날의 햇살을 받은 나뭇잎의 나부낌은 더 찬란하다. 

늦가을.....
풍성한 수확의 시절을 지나고  난방을 충분히 못하는 주택에서 한겨울 추위보다 더 썰렁하니 마음까지 얼게 하는 그런 계절이었는데 이젠 이 때가 좋다.
밖으로 돌던 마음이 내면으로 향하고 뭔가 책이라도 잡고 읽어야할 거 같은 그런 차분함을 주는 계절.
그러고 보니 10년도 전에 지금의 내 나이 무렵의 어떤 분이 이 계절을 좋아하시던 기억이 난다. 싸늘한 찬바람에 정신 바짝 차리게 된다며...공기에 습기 사라지고 끈적끈적 흐느적 대는 것들이 걷혀지면서 맑아지고 깨끗해지는, 나도 갑자기 이 늦가을이 마구 좋아지고 있다. 갱년기 증후군인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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