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14일 일요일

한 장례식

지난 토요일 교회에서 있었던 한 교우님의 장례식에 갔었는데 고인의 약력을 읽다보니 우리나라 역사를 보는 거 같았다.
1930년에 북한에서 태어나서 일제를 경험하시고 십대에 남하한 채로 전쟁을 겪으며 형제자매와도 소식이 끊긴채 혈혈단신, 대학을 졸업하시고 선생님을 하시다가 가정을 이루시고 만학도로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되신 후 미국으로 오시고 피츠버그에서 개업하실 때는 연세가 47세.
그 사이 세자녀를 키우시며 다복한 가정을 꾸리시며 어릴때 헤어진 가족을 찾아 북한 방문도 해 보셨는데 못 찾으셨고 말년에는 일년간 병석에 누우셨는데 아드님이 휴직을 하고 같이 살며 아버님을 돌봐드렸다고 한다. 89세에 하늘나라로 부르심을 받으셨다.





마음이 숙연했다.

우리 교회의 창립세대이신데 이렇게 시대와 더불어 아픈 삶을 살아 오셨구나.
나의 약력과도 세대차이가 나겠지만 BTS노래를 들으며 자라는 우리 아이들 세대와는 너무나 다른 우리의 부모 세대.
교회라는 한 울타리에 이 3세대가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내 또래의 세자녀들이 조사를 하셨는데 아버님의 삶을 회고하며 하드워킹, 챌린지 라는 말을 여러번 했다. 

그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시면서도 훌륭한 품성을 갖고 계셔서 조사를 마첬을때 다들 우리자녀들도 나중에 우리의 장례식에서 저런 조사를 해준다면 참 좋겠다는 말들을 했었다.
어려운 시대를 너무나 열심히 사시며 우리세대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신 부모님 세대.

그 분들의 발자취를 겸허히 따르며 다음 세대에게 멋진 사회와 교회를 물려줘야할 우리의 의무와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만큼 열심히, 성실히 살 자신은 없지만 내게 맡겨진 몫만큼은 해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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