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9일 화요일

세월이 흐르나보다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에는 남편과 둘이 여기저기를 다녔다.
아이들은 모두 뉴욕으로 놀러가고 단촐하니 둘이서 다녔다.

7월4일은 불꽃 놀이를 보러 스테이트 칼리지를 갔다. 여길 마지막으로 간 것은 7년전쯤.
친구가 6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방학때 캠프 보낸다고 와서 머물때 함께 들렀었다.
나도 둘째와 세째 두 아이를 데리고...
그 때 팬스테이트 크리머리에서 나이는 나와 비슷해보이는데 아이들  없이 부부만 온 한국인 커플을 만났었다.
애들 아이스크림 취향대로 사서는 자리 잡는다고 수선 떨고 그러는 와중에 단출하니 다니시는 두분을 보며 부럽기도하고 그러나 뭔가 조금은 기운이 빠져 보이기도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나에게도 그 부부같은 날이 온거다. 둘이서 여유있게, 그러나 조금은 쓸쓸하고 무료한 듯 스테이트 칼리지를 방문한거다.






스테이트칼리지에서 불꽃 놀이를 보겠다고 자리를 잡으니 주변에 온통 뛰어 다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천지이다.

우리 부부는  좀 떨러진 언덕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 자리가 좋아보인다며 지나가던 한 미국인 부부도 합류를 했다. 그들도 부부만 오신 것.
2시간 반 떨어진 곳에서 왔고 처음 보는 것이라 했다.
이 부부는 손주도 있으신 좀더 나이 많으신 부부 였는데 그렇게 멀리서 처음으로 보려 오셨건만 가까운 자리를 찾지 않고 좀 멀리서 붐비지 않고 여유있게 볼 수 있는 곳을 자리잡으셨다.

뭐랄까, 인생에 대해서 이제 관조할 나이가 되어서 이런 걸 볼때도 굳이 열정을 내거나 경쟁적으로 좋은 자리를 탐하거나 하지 않으시는 그런 모습.
우리는 아직은 그 나이는 아닌지라, 가까이 가서 볼까 고민도 하다가 돌아갈 길을 생각해서 차 빠져 나가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던 거였다.
이 분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며 소도시의 이것저것 역사적인 행사나 건축물 등에도 관심이 많으셨다.
불꽃 놀이도 자기 도시에서 보지 않고 돌아다니며 보시는 듯...
몇군데 가볼만한 곳 소개도 받고....
시글벅쩍할 수 있는 불꽃 놀이를 관조하듯 즐기시는, 역사에 관심 많은 은퇴 노부부와 조용히 즐겼다.






7월 5일엔 세븐 스프링을 갔는데  거기서도 노부부를 만났다.

식당 테라스에 빈자리가 없어서 아쉬워하고 있었더니 어떤 노부부가 합석하자고 하셨다.
친절에 감사하며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이 분들은 더 나이가 많으셨다.
해마다 한번 컨퍼런스처럼 열리는 폴카댄스 패스티발에 오신다고 한다.
폴카. 천명정도 모여서 댄스를 즐기는데 여러 민족이 모인다고는 하지만 이 분들은 주로 폴란드 사람들이 춤을 매개로 모여 만나는 즐거움으로 오시는 거 같았다.
미시간에서 8시간을 운전해서 오셨다고...

80이 넘으셨는데 아직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신다고 해서 명함도 받아왔다.
컴터그래픽을 하신다고....
이 분들은 폴카라는 이 민속춤이 커다란 취미생활이셨다. 
이웃 아이에게 가르쳐 주기도 했다고...
이부부는 여기서 할수있는 여러 활동중 다른 것들은 관심이 없이 그냥 호텔에 머무시고 계신 듯..
주변에 폴링 워터가 있는데 볼만하다고, 이번엔 우리가 인포를 주었지만 가보실 거 같지가 않았다.
인생에 대해 관조를 넘어서서 그냥 조용히 하던 것들만을 계속하는 단계랄까...
새로운 시도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셨다.
비즈니스를 하신 분이라 눈빛이 좀더 영민하게 반짝이셨지만 해마다 내년에 내가 여기 올 수 있을까 생각하시는 듯.....이 패스티발을 만드신 친구분도 돌아가셨다고 하고....






아 정말 세월이 흐르나보다.

한동안은 스테이트 칼리지의 부부처럼 여기저기 볼거리, 즐길 거리를 찾아 다니겠지.
그러다가 이 분들처럼 해마다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기만을 바라는 때가 오겠지.
이 분들에게서는 인종차별, 그런 거는 느낄 수 없었다.
그런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곳으로 향해가는 나이, 그만큼의 세상살이를 하신 것.

7년전의 아이들과 함께 했던 나, 아이들은 뉴욕가고 남편과 함께 온 지금의 나, 10년후 쯤의 나의 모습일듯한 역사에 관심 많은 노부부, 20년 쯤후의 나의 모습일 듯한 폴카 댄스 노부부.....
이 4컷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우리 부부의 과거 현재 미래가 스친다.
아름답게 늙었으면 좋겠다. 
삶에 대한 열정의 덮개가 한꺼풀 벗겨진 모습일지라도 눈빛만은 맑고 깊기를 .....

댓글 2개:

  1.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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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 남겨 주셔서 격려가 되네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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