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상.
한때는 피아노였다.
어린 시절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피아노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게 내겐 다른 세상을 보여준 듯하다.
왜 우리가 음악회를 가거나 뮤지컬을보면 세상과 분리된 공간에 잠시 유영하다 온거 같은 기분이 들지 않나.
그런 걸 현실 속에서 느낀 것이 피아노를 배우는 일이었나보다.
피아노학원가서 피아노 배우는게 뭐가 대단하다고?
요즘 세대는 이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때는 피아노 갖고 있는 집이 별로 없었고 학원도 별로 없었다. 나는 담임 선생님의 집에 가서 피아노를 배웠는데 담임 선생님의 아빠가 피아노 선생님이셔서 담샘의 권유로 담샘집에 가서 레슨을 받았으니 좀 특별했다.
선생님의 집은 시내에 있었는데 서버브에 사는 내가 제법 먼 거리를 걸어서 시내에 이르면 시글벅적한 동네 분위기가 달랐고 시장을 지나 선생님집에 들어서면 그곳의 분위기는 또 달라서 고풍스러우면서 음악의 선율이 감쌌다. 낮에도 어두울만치 많은 나무에 둘러싸인 오래된 작은 한옥. 중정을 둘러싼 별채의 방들에 그 비싼 피아노가 방방이 놓여 있었고 안채에 놓여있던 그랜드피아노. 그 피아노에서 배우는 아이는 나랑 학년이 같았지만 그녀가 치는 곡은 차원이 달라서 딴세계에 속한 듯했다.
나는 특별히 재능이 있지는 않았으나 성실했으므로 연습도 못했지만 꽤 잘 따라갔었던 거 같다. 그러나 피아노 레슨은 담샘이 결혼하면서 오스트리아로 떠나버려 얼마 못가고 중단되었고
그 이후 피아노를 배울 기회는 놓쳤다. 그때가 체르니 30번 치던 중.
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하던 시절, 동네 피아노학원 간판을 보고 들어갔는데 아무때나 학원에 와 연습할 수 있게 해주어 체르니 40번까지 갔었다. 그러다 바빠지면서 스탑.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고 미국에 왔고...
나의 피아노에 대한 동경은 이젠 아이에게로 옮겨져서 박사과정의 쥐꼬리 월급을 쪼개 피아노 레슨을 시켰다. 그 레슨은 11학년까지 이어졌고 나의 피아노에 대한 동경이 아이의 재능과 뜻을 살피는 마음보다 컸었던거 같다.
그래도 둘째 세째로 내려타기를 하지않고 그쯤에서 스탑하여 둘째는 플릇, 세째는 바이올린 다른 악기를 선택하고 즐기게 된건 다행스러운 일.
내가 피아노가 우상이 되어있구나 느꼈던 것은 예배시간. 예배의 필수 악기인 피아노의 선울과 피아노 치는 사람을 보며 우리 아이는 언제쯤 저렇게 치려나 무념무상에 빠지는 나를 발견했을 때였다. 선율이 넘 좋으면 오늘은 누가 반주를 하나 기도 중에도 살짝 눈을 뜨고 쳐다보기도 하고....
어느 날 정신을 버쩍 차리고 피아노가 나의 우상이구나 깨달았고 그게 너무 늦지 않았기에 둘째세째는 피아노병에서 구출되었다. 그러나 첫째는 그동안의 투자가 아까워 계속 가면서 바이올린도 해볼래? 했던듯.....
지금 나의 우상은?
자칫하면 블로그가 될지도...
블로그는 공예배를 침탈하는 수준은 아닌데 내가 개인적으로 갖는 하나님과의 시간을 찬탈하기는 한다. 지금도 기도 시간을 미루고 이걸 쓰고 있다. 우상을 고백하는 글이니 용서가 되려나?
나를 돌아보면 몰입하는 스타일이긴한데...이젠 균형을 맞추고 주위를 돌아보고 우선순위를 놓치지 않고....그렇게 살 수 있는 연륜이 쌓인 나이인거 같다.
무엇이든 절대 우상화는 하지말고....
열심이라는 이름으로, 성실이란 이름으로 우선 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열심인 나도 같은 병인 듯 합니다. 같은 생각, 하고 있었거든요...스스로 느끼게 되었으니. 중병으로 가기 전 나침반 조율 잘 하기로 합시다...ㅎㅎ 이번 주말, 도자기가 너무 재미있어 조카네 집에 가서 공방하루 보내고 오며 심신이 지쳐버리며,, 또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우서 순위를 져버리는 잘못을 ...ㅎㅎ
답글삭제어머나 공방, 도자기....멋져요 딴세계가 열리실듯. 작품 구경 시켜주세요~
삭제열심이라는 이름으로, 성실이란 이름으로 우선 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열심인 나도 같은 병인 듯 합니다. 같은 생각, 하고 있었거든요...스스로 느끼게 되었으니. 중병으로 가기 전 나침반 조율 잘 하기로 합시다...ㅎㅎ 이번 주말, 도자기가 너무 재미있어 조카네 집에 가서 공방하루 보내고 오며 심신이 지쳐버리며,, 또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우서 순위를 져버리는 잘못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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