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31일 화요일

"나의 해방일지"를 추앙하며

스포있어요.
경기도 산포에서 싱크대 제작과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을 도우며 서울로  출퇴근하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염씨 가족의 세남매 중 막내인 염미정.
산포로 흘러들어와 염미정네 앞집에 거주하며 염미정 부모의 싱크대 제작을 돕지만 해가 진 저녁에는 술에 쪄들어사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구씨.
이 두사람과 또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사랑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가를 그린 작품.

구씨가 십자가 목걸이를 항상 하고 다녀서  작가가 크리스챤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는데 그러하다고 한다.

공감하고 위로가 되는 부분이 참 많았는데

1. 염미정이 네일 아트 어울려 다니며 하고 맛집 찾아다니며 수다 떨고 하는 가벼운 인간 관계를 못견뎌하는 점.
난 지금은 그런거 참 좋아하고 심지어 맛집 놀러다닐 곳 소개하는 블로그까지 쓰고 있지만  20대, 30대의 나는 그러했던듯. 견딜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뭐 그런 느낌으로... 그래서 염미정과 확 공감.

2. 일상의 지루함과 답답함을 너무 너무 잘 그려냈다. 세남매는 그로부터 해방되길 원하며 사랑을 꿈꾸는데 즉 사람이 사람에게 구원이 되기를 원하는 데 이 부분을 또 너무 잘 그려냈다.
보통의 멜로 드라마는 결국 다 자본주의에 딱 맞춰져 있어서 돈이 가져다 주는 업 그레이드된 삶으로 시청자들을 대리만족하게 하면서 다시 공허하게 하는 그런 부분이 꼭 끼는데 이 드라마는 일상에 지치는 보통의 사람들이 사람과 사람의 교감에서 충분히 서로에게 구원이 될수 있고 그것이 참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3. 염미정이 구씨의 이름도 모르면서 사랑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결핍을 채우기위해  구씨에게 나를 추앙하라고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100프로 인정해주고 헌신해주는거, 사랑보다도 더 강력한 추앙이라는 단어가 이 드라마로 새로이 각광을 받으며 유행어가 된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인간을 그렇게 사랑하신다고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존재 그 자체를 받아주시고 사랑하신다고...
그런 사랑을  받을때 인간이 하나님을 향해 하는 것이 경배의  워십이고,
그렇게 충분히 하나님으로부터 채워져야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배웠다.

그 추앙을 부족한거 투성이인 인간이  인간에게 서로 해보자고 한다.
그 추앙은 동네 언니, 현아가 염미정의 언니 염기정이 자신의 실패한 소개팅 얘기 할때 말했던 
'언니는 70프로 80프로 기준을 만족해야 사귀지? 난 아니야. 난 10프로 20프로만 좋은 점이 보여도 시작해. 그것만 보면서 사귀고 아낌없이 나를 다 줘. ' 이런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그 말과 통하는 점이 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는걸 알긴 하는데 어떻게 경험하지? 어떻게 그 충만함을 경험하고 흘러보내지? 먼저 하나님이 나를 막 흘러넘치게 채워줘야되는 줄 알았는데 이 드라마에서 답을 찾은 느낌.
하나님이 무엇하나 제대로가 아닌 인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한히 사랑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관계맺어보기. 10프로 20프로만 좋은 점이 보여도 나를 내어주고 관계 맺어보기. 미정이가 구씨를 대하듯. 구씨가 떠나도 미워하지 않고 추앙하기로 결정했으니 그저 걱정하고 염려해주듯.
그런 관계속에서 하나님과 닮아지는 뭔가로 채워져갈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4. 염미정이 구씨의 과거를 대충은 짐작하고도 아니 알게 된 이후에도 전허 동요되지 않고 딱딱 위로가 될 말들만 던지는데 넘 좋았다. 딱딱 살려주는 말들을 던진다. 
눈 뜨자마자 올라오는 두려움, 회한, 상처 그런걸 견딜수 없어 독주를 퍼붓는 구씨에게 몇초간의 반짝이는 기쁜 순간들, 설레는 몇초짜리를 모아 5분을 채우며 지리멸멸한 삶을 견뎌보라고 한다.

약하고 초라해지는 자신을 내보이는 구씨에게  당신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투명하다고 추앙한다.

당신이 나를 떠나도 미워하지 않았고, 추앙하기로 했으니 감기 걸리지 말고 술 해장 잘하고 다니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돈까지 빌려가서 신용불량자가 될뻔하게 만들고도 뻔뻔했던 전남친에게 보복하려는 순간에 당신에게서 전화가 왔고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당신은 자기를 아주 망가지게는 하지 않는 구원자,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런 말들로 간당간당 시궁창에 빠질 듯한 오백원짜리 동전 같은 구씨를 건져내는 염미정.
이런 말들로 사탕발림 말이 아닌 진정한 추앙의 말들로 사람 살려내기.
염미정식 추앙의 대화법을 익혀보기로...

5. 이 드라마에서 젤 좋았던  커플 씬 중 하나는 둘이 사귀게 된 이후  함께 밭에 나가서 일하던 모습. 난 그 장면이 참 좋았는데 밭에 나란히 서서 물을 뿌렸었나 하는  두 사람의 몸동작이 서로 공명하며 설레하면서도 평안하니 사랑스러웠다. 
땡볕 무더위 속 밭농사, 힘겨운 노동이었던 그 일이 사랑을 나누고 표현하는 장으로 바뀌어버린 기적. 이보다 달달한 커플 씬이 있을까?
사랑은 지리멸멸한 삶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6. 이 드라마로 내 삶을 반추해보게 되었는데 우린 서로에게 구원이 된 존재인가? 인데 미국으로 건너와 내 삶의 반경이 넓어지고 더 큰 존재가 되게 해준 듯하다. 세 아이를 통해 내 삶의 반경은 더욱 확장되고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주변 사람들에게 구원이 되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기반, 하나님을 알게 되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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