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에서 애니메이션 만화로 봤던 가닥머리를 땋고 주근깨 가득랬던 명랑 소녀 앤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책이었는데 폐북에 어른이 되어 읽은 이 책에 대한 소감과 작가에 대하여 올라오는 글들을 보고 나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정말 여러 버젼의 책이 지금도 나오고 있어서 잘 골라야하는데 리디북스에 나온 책이 번역 좋다는 평이 있고 리뷰 좋고 일단 돈을 안 내니 읽어 보았는데 넘 좋았다.
그리하여 소장각이다 싶어 구입.
겉표지 넘 예쁘고 쳐다보기만 해도 긍정 소녀 앤이 연상되어 웃음이 지어진다.
고아인 앤이 아이가 없이 적적하게 사는 메슈와 마릴라 가정에 입양되어 ( 이 가정은 일손을 도돠 줄 아들을 원했건만) 자라나며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인데 어른이 되어 읽어보니 단순한 아이들용 책이 아니다. 앤이라는 소녀의 캐릭터는 굴곡 많았던 작가의 인생이 녹아져서 빚어진 보석같은 캐릭터.
작가는 그 시대에 드물게 젊어서 작가로 성공하여 먹고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여성이었는데 어렸을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손에서 키워졌고 외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우체국에서 일하며 외할머니를 부양하다가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목사였는데 벌이가 사원찮았고 말년에 정신분열증을 앓았다고 한다. 두 아들 중 큰 아들은 말썽을 많이 피웠다고 하고.
친할아버지는 상원의원을 지낸 유력가였지만 사업에 거듭 실패하는 아버지에게 등을 돌렸고 남아선호로 아들인 둘째 아들의 손자에게만 유산을 남겼다고...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앤과 같이 명랑하고 쾌활한 캐릭터이기는 어려웠을거 같고 앤은 그녀가 창조해낸, '이런 자세로 인생을 살아야해' 하는 희망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너의 일생과 앤의 잀생 사이엔 많은 유사점이 있다.
앤의 캐릭터.
고아원이나 가사 일이 필요한 가정에서 하녀처럼 일하며 살다가 그린 게이블스로 온 앤. 이해심이 깊고 감수성이 풍부한 앤은 왠만한 환경에는 극대치 감탄과 경이와 감사를 선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왠만하면 그걸 발견한다. 특히 그녀는 자연, 꽃과 나무에 많은 경탄과 사랑을 표현하는데 이거 중요한거같다.
자연의 힐링 파워.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꽃들의 그 완벽한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하여 맘껏 교류하고 상상력을 쏟아내며 교감하는데 이 힘이 인간과 교류할때 그대로 이어지는 거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캐릭터.
보통 참 불운하다라고 생각하기 쉬운 그런 상황에서도 이해하려 노력하고 상처 받았다고 하더라도 회복하는 탄력성이 뛰어나다.
결코 얌전하지 않은 앤.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앤은 웃음 지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고 이런 저런 어려움과 오해에 빠지기도 하는데
나름의 장점과 결점을 갖고 있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나 같으면 미워했겠고 견디기 힘들겠다 싶은 상황 속에 처하기도 한다.
나름의 장점과 결점을 갖고 있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나 같으면 미워했겠고 견디기 힘들겠다 싶은 상황 속에 처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들 속에서 앤은 무조건 참거나 견디는 순종적인 성격은 아니다. 우리 전통 속의 착한 캐릭터와는 너무 다르다.
쉽게 흥분하고 고집도 세고 자기 주장도 강하다.
그런데 그녀의 전매특허인 상상력과 표현력의 폭발적인 표출로 그녀의 생각의 흐흠, 감정의 고저를 표현해낸다. 그런 그녀의 솔직한 의도, 분노, 후회, 반성 등을 따라가다보면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편들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또한 앤은 자신을 슬프게 한 사람들을 이해하려노력하는데 그 표현들에서는 감탄이 나온다. 아 이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구나. 상처가 깊어져 꼬이고 비뚤어져 자신을 망가뜨리도록 하지 않는구나. 숨기는게 아니라 꺼내놓고 표출하고 회복하는구나.
이 부분, 특히나 조용한 여자아이였던 과거를 갖고 있는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경이롭다. 소통하는 법, 표출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앤은 친구 다이애나, 메슈아저씨같이 결이 같은 사람을 즉시로 사랑하지만 마릴라 아주머니같이 결이 좀 다른 사람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좋은 부분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편. 벽을 치지 않고 주눅들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고 지지를 얻어내고 자기를 지켜낸다.
이렇게 성장한 앤이었기에 이 책 말미 부분에서 앤이 하는 선택이 참 멋졌다.
장학금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꿈도 꾸지 못했던 빛나는 미래를 향하여 날개를 펼칠 준비를 하던 앤에게 메슈아저씨의 죽음이라는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쳐온다. 인생은 앤이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는 듯 블행의 그림자를 또 다시 드리우는 것.
마릴라 아주머니는 집을 팔고 작은 집을 구하고앤의 공부를 돕는다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앤은 반대한다. 추억이 가득하고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그린 게이블스 집을 팔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신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동네 모교의 선생이 되어 마릴라 아주머니를 부양하고 메슈아저씨의 농사일을 계속하기로 한다. (이런 면에서 원제 그린 게이블스의 앤이 더 맞는 제목이다.)
이 결정이 너무나 성숙하다.
세상적으로 성공을 보장하고 뭔가 명성을 줄거 같은 길을 가지 않는데 이 나이 되어 인생을 보니 앤의 결정이 맞다 싶다. 그 길이 꽃길만은 아닐거 같다. 도시의 가난한 유학생, 더 똑똑한 아이들과의 경쟁 이런 복병들이 숨어있을거다.
앤은 도시보다는 농촌을 사랑하는 자신의 특성을 정확히 알았고 앤에게 사랑을 베풀었던 메슈와 마릴라와의 관계에 우선 순위를 두었다. 그것을 허황된 출세와 바꾸지 않았다.
이런 앤의 선택에서 작가의 크리스찬적인 결을 느낀다. 고아였던 아이가 우여곡절 끝에 장학금 받고 대학에 진학하여 끔을 펼친다. 이런 상투적인 전개가 아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얻게된 길버트와의 사랑. 길버트의 앤을 위한 희생을 보면 갈버트가 보기 드물게 좋은 아이이고 앤이 길버트를 놓치지 않는 결정을 한것은 참 잘한 일인듯.
속편도 있다고 하는데 앤이 길버트와 어떻게 가정을 꾸려갈지 궁금하다.
현명한 어른이 된 앤에게도 배울 점이 많을거 같다.
어렸을 때 이런 앤을 만나고 이해하고 교제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어쩌면 어렸을 때 이 버전으로 읽었어도 지금처럼 이해하지는 못했을지도)지금이라도 작가 몽고메리의 삶을 알고 그 속에서 빚어진 그녀의 분신, 앤을 만나게 된 것이 감사하다.
어차피 이 모습으로 사는 삶이라면
"저는 제 삶을 (그린 게이블스를) 사랑해요.
다른 삶은 사랑한 적 없어요.( 다른 곳은 사랑하지 않아요. 집이라고 느낀 적도 없어요)"
이렇게 살아보리라.
이책을 선물받는 순간 책 표지가 맘에 쏙~~
답글삭제꼭 꼭 짚어 가며 나도 자연과 교감하며 읽고 싶어서
천천히 읽어 있어.
그 시대에 앤같은 캐릭터를 설정해 주신 작가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보낼 정도 란다.
정말 독특하면서 사랑스러운 캐릭터예요. 빨강머리는 사실 큰 특징은 아닌 듯하고요 다른 점들, 풍부한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 상상력이 풍부한 점등이 앤의 특징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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